음식에 대한 소비성향, 한국vs일본
일본 만화 <고독한 미식가>는 주인공인 이노가시라 고로가 일하는 틈틈이 들른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혼밥(혼자 먹는 밥)’에서 행복함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혼밥’과 ‘혼술(혼자 먹는 술)’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이후 <고독한 미식가>는 드라마로 재탄생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일본에서 나홀로 식사족이 증가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4년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가게를 소개하는 순례 가이드가 발매되는 등 혼자 식사를 즐기는 분위기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구조와 맞물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역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외식을 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저성장 기조에 유일하게 호황기를 누리고 있으며, 편의점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치고 장사가 가장 잘 되는 유통채널로 우뚝 솟았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통 채널과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80년대 후반 버블경제 시기를거치며 고도의 성장기를 맞이한 이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소비 패턴과 흡사하다.
90년대 들어서 계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불경기의 늪에서 살림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여러 유통 환경이,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소비 트렌드와 ‘닮은 듯, 다르다’는 것이다.
1차원적 욕망… ‘B급 구르메’처럼 먹거리 열풍
우리나라에서 201년부터 시작된 쿡방(요리하는 방송), 먹방(먹는 방송) 열풍은 일본의 ‘B급 구르메’와 비슷한 모양새다.
일본어로 ‘구르메(ぐるめ)’란 미식가라는 뜻이지만, 여기에 ‘B급’이라는 표현을 함께 붙여 ‘싼 것을 좋아하는 미식가’를 의미한다. 이는 저렴한 가격으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1990년 이후 일본이 경기 침체와 맞물려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생겨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집 안 냉장고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냉장고를 부탁해>나 <집밥 백선생>이 최근 몇 년 사이 TV 방송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했다.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재료를 이용한 한 끼 식사로 맛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1990년대 소비 위축으로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하는 일본의 소비 성향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되고 있다.
장기 경기 침체를 30년 가까이 겪고 있는 일본은 투자 및 소비 저하, 산업 경쟁력의 약화, 고령화 사회 진입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여전히 안고 있다. 이 시기 일본에서는 비교적 가격 부담이 없는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였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자녀를 뜻하는 ‘캥거루족’이 늘어났고, 청년 실업은 계속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꼽혔다. 우리나라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시기 일본에서 B급 먹거리에서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비슷한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하락세에도 ‘편의점’은 상승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채널 경계가 무너지고, 경기 불황에 가성비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이 좀처럼 매출 하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유일하게 편의점만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이 3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어디서든 접근성이 좋은 데다, 도시락과 디저트류 등 1인 가구가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데에 최적화된 채널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편의점에서 식품 카테고리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던... 이어보기.
출처: 이코노믹리뷰(www.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