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옷을 사러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온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룬 동대문은 아침에도 활기가 넘쳤다. 영업을 마무리하는 상인들 사이에서 그날의 옷 주문을 위해 디자인을 고민하는 디자이너, 제작 주문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일명 원단삼촌, 수금을 위해 분주히 다니는 은행 직원, 아침 영업을 위해 준비하는 상인, 아침 요깃거리를 파는 점포 등으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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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사람들이 어두운 톤을 더 선호해요. 이번 신상 코트를 출시했는데 오늘은 체크무늬 패턴을 추가 주문해요.”
“단추는 박시한 코트에 30mm로 변경해서 넣는 게 어때요?”
“좋아요.”
신평화패션타운 여성복 3층 ‘카이로’도 손님의 발길이 뜸해진 아침 7시 30분에 디자이너들이 모여 그날 주문할 옷 디자인 회의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대표와 디자이너들은 최근 판매량을 점검한 뒤 수백 개의 샘플 원단 중에서 컬러와 재질을 선택하고 디자인 시안을 제작해 품목별 일일 목표량을 정해 공장에 제작을 의뢰한다. 디자인 미팅이 끝나자마자 매장과 연계된 공장별로 직원들이 찾아와 시안을 재빨리 가져간다. 그리고 그들은 제작에 필요한 원단을 확보하러 원단 창고로 향한다.
신평화패션타운 상인회장이기도 한 한영순 카이로 대표는 동대문에서 3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한 대표는 “30년 사이에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국 패션시장이 고속 성장했다”며 “성장할 수 있었던 저력은 발 빠른 변화와 대응”이라고 꼽았다.
발 빠른 변화와 대응
디자인·생산·유통·판매 원스톱 소싱
“체크 원단 들어왔어요?” 한 대표는 제작 발주를 하고 난 이후 코트를 의뢰한 서울 신당동 의류공장을 찾았다. 그는 오버핏의 체크 원단 코트의 디자인 포인트를 제작자에게 설명하고 원단을 직접 꼼꼼히 살폈다. 카이로의 경우 셔츠, 니트 등 상의류와 코트류, 하의류 등 품목별로 특화된 네다섯 개 공장에 주문이 들어간다. 주문서에 적혀 있는 원단, 디자인 등을 확인해 공장 장인은 재단을 하고 분주히 옷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 신당동, 창신동, 신창동, 장위동 등에 자리한 공장에서 하루 평균 약 500장의 옷이 생산된다. “연계된 공장은 저희와 함께 일을 수십 년 해오셨어요. 게다가 매일 옷을 생산하다 보니 가족이나 다름없죠. 이제 척 하면 딱입니다.” 동대문 패션의 영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공장에서 옷이 만들어지는 동안 패션 트렌드를 읽기 위해 패션쇼, 전시회 등을 찾아보는 것도 필수다. 11월 8일 한 대표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명품봉제 페스티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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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0분. 디자이너들이 모여 그날 제작할 옷을 두고 회의한다. |
[출처 : 위클리공감]